Published: November 1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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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있자고 조르듯 굴었으면 좋겠다. 예전엔 안 그랬는데. 김신은 그런 왕여 변화가 좋았으면. 좋아도 싫어도 자기 감정 티 안내고 그냥 웃기만 하던 왕연데. 집 앞에 데려다 주면 잡은 손에 힘주고 손바닥 만지작 거리기만 해서 김신 그거 내심 흐뭇해줘. -왜, 들어가기 싫어? 나 가지 말까? -....

그렇게 말하면서 허리숙여 왕여 얼굴 쳐다보면 손 슬쩍 빼내면서 가아. 하고 밀어내는 왕여 귀여워서 김신 왕여 안아서 등 다독여주겠지. 옛날엔 훨씬 더 왕여가 어른스러웠던 거 같은데. 이제는 꼭 제가 형인 것 같고. 투정부리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됐다는 게 뿌듯해서. 김신 보내고 들어오면 마당

에 서 있던 윤씨 혀 차면서 고개 저을듯. 중얼중얼 거리면서 기도하는데 왕여 아랫입술 깨물면서 자기 방으로 들어가. 내일 김신 서울로 떠나는 날이야. 여기온 지 이제 일주일 밖에 안됐는데 올라가야 한대. 다음 방학 때는 이보다 더 적게 머무르다 갈수도 있고, 어쩌면 못 올 수도 있대. 그 얘기 하

면서 자기 눈치 보는 것도 싫었어. 김신은 자기한테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다 얘기해줬으니까. 이름 대면 저도 아는 그런..거기 제일 높으신분 아들이라니까. 자기도 몰랐는데 얼마전에 알았다면서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다고 심난한 얼굴도 했었으니까. 근데 자기는 어머니가 하란대로 할거라니까.

다음 날 일찍부터 집 담벼락에 붙어서 저 기다리고 있던 김신 알면서도 부러 나가지 않았던 건 왜 꼭 다음이 없을 거 같아서인지. 만나고 헤어지고 지금껏 수십번을 했는데, 단 한 번도 그런적이 없는데 이상하게 그런 마음이 들어서. 이불 속에 파묻혀 있다가 혹시나 그대로 가버릴까 덜컥 겁도 들어

대문 밖에 뛰쳐 나가니, 꼭 제 마음같이 우중충한 하늘이 곧이라도 비를 뿌릴 것 같은데 김신은 인기척에 왕여 맞이하며 환하게 웃더니 손 붙잡고 뛰어, 한다. 그대로 손 붙들려 밭 지나쳐 생선 가득 말려둔 것 지나쳐, 엉킨 그물들 지나쳐 쉬지도 않고 한참을 달려 방파제 제일 끝, 등대 앞까지 왔어.

칠 벗겨진 등대 옆에 서서 숨 몰아 쉬는 제 양 손 붙들고 마주 섰는데 왕여 이상하게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입 안 살 깨물면서 그거 참겠지. 언제부터 비가 왔을까. 둘 다 온통 젖기 시작했는데 그것도 깨닫지 못한 채로. 김신 왕여 보면서 머뭇거리다가 말해. -나 이제 못 와... -.... -이제.

못 와...이제...똑같은 말 몇 번이나 반복하면서 그렇게 얘기하는데 비는 계속 거세지지. 결국 옷벗어서 왕여 덮어준다음에 망설이다가 등대 아래 쇠문 잡아 당겨 좁은 공간 안에 둘이 들어가. 걸쳐줬던 옷 바닥에 깔아 왕여 앉히구 자기도 그 옆에 앉아. 좁지만 비를 피할 수 있어서 가끔 몰래 왔던.

등대 안에 비가 내리는 것도 아닌데 왕여 얼굴은 계속 젖어 들어갈거야. 우느라 계속 젖는 얼굴 손바닥으로 살살 닦아주니까 왕여 서러워서 소리내서 운다. 이번에도 가면 안된다는 걸 몰래 일단 왔어. 할머니께도 인사 드려야 하고... 아니 할머니도 곧 서울로 오실거니까. 사실은 왕여, 왕여 때문에.

-좋아해. -..... -정말 많이... 알지? 김신이 그렇게 말하면 눈물 때문에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데 고개 세차게 끄덕인다. -다시 꼭 데리러 올게. -.... -기다려 줄 수 있지? 하는 물음엔 고개 저어. 김신 얼굴 굳힌다, 왜... -그런 약속은 하지마.... 왕여 울먹이면 김신이 왕여 뺨 끌어다가 따뜻

하게 눈 마주친 후에 키스해. 왕여 젖은 김신 옷 꾹 잡으면서 눈 감겠지. -그럼 네가 나한테 말해줘. -.... -꼭 데리러 오라고. 응? 왕여 뒷목 살살 쓸어내리니 왕여 그제야 소리내서 막 운다. 우는 왕여 입맞추는데 왕여 그대로 김신 쪽으로 안겨 들어 김신 허벅지 위에 자리잡고 앉아줘. 그래서 맞

닿은 뺨 부비다가 다시 길게 입맞추면서 젖은 옷 안으로 김신 손 끌어당겼으면 좋겠다. 명백한 의도가 있는 손길에 김신이 멈칫하면 왕여가 괜찮아.. 하면서 김신 끌어안고 들썩여. 젖은 옷 힘겹게 벗겨내고 군데 군데 입술 내리 누르니 흥분해선지 몸 잘게 떨어. 제 옷 깔린 바닥으로 왕여 조심스럽게

눕히고 다리 사이에 자리 잡은 김신이 아직도 울고 있는 왕여 이마 쓸어 올리며 입 맞추고 작게 속삭인다... 좋아해... 많이... 그거 꼭 주문처럼 들려서 왕여 응... 응.. 대답하면서 김신 어깨 끌어안으면 벗겨진 아래로 아무런 준비도 없이 밀고 들어오려다가 말고... 김신 조금 머뭇거리다가 손가락

부터 밀어넣고 왕여 반응 살펴. 미간 찡그리면서 몸 뒤트는데 조금씩 수월해지는 거 느끼면서 계속 갯수 늘리다가 다시 시도하겠지. 뻣뻣하게 선 기둥 밀어넣으면서 입맞추면 아파서 먹힌 소리 내면서도 하얗게 뻗은 다리로 허리 감싸안으며 받아들이려고 안간힘을 써줘. 요란하게 쏟아지는 빗소리와

맞물려서 정신없이 추삽질면서 연신 속삭이듯 이름 부르면 그 시끄러운 와중에도 그거 알아듣고 빠듯하게 아래 조이면서 토해내는 거 받아내. 그보다 먼저 눈물이 쏟아져서.. 젖은 맨등 끌어안고 그대로 눈감으면, 흐릿해지는 의식속에 사랑해...하는 말이 꼭 꿈인지, 생신지..족쇄처럼 저를 옥죄겠지.

그리고 다시 온다던 김신, 그렇게 서울로 돌아가서 며칠 뒤에 유학길에 올라. 제가 한 약속, 저보고 하라던 약속 무색하게 몇 년을... 그렇게 몇 년을 아무 기별없이 떨어져서. 그 사이에 왕여 엄마도 돌아가시고 혼자 된 왕여에게 손 뻗은 건 저를 그렇게 괴롭혔던 그 동네 친구, 아니 친구라고 하기

엔 너무나 아무것도 아닌 사이. 사실은 좋아해서 그랬다. 그 말도 안되는 고백...어릴적부터 지독하게 제게로 내리 꽂았던 그 손가락질이 사실은 그랬던 거라며. 아무것도 남은게 없으니 잡을 것이 썩은 동앗줄같은 그 손이래도. 어쩔수가 없어서. 왕여 결국 어린 나이에 사랑도 없이 결혼하게 되겠지.

시골에 살때부터 저 그렇게 괴롭히던 무리들 중에서도 젤 적극적으로 저한테 욕도하고 가끔 돌이며 쓰레기같은거 던지던 무리의 우두머리 격이던. 너 김신 이거냐? 새끼손가락 펼치며 낄낄대다가도 험상궂은 표정하고 돌아서던 그 애가 어떻게 남편이 됐냐하면, 스무살 훌쩍 넘어서도 여전히 왕여 못미

더워해 제대로된 직장 잡는것도 못하게 하던 어머니는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고. 그물정리 아니면 어판장 소일거리를 아르바이트처럼 돕던 왕여 그마저도 못하고 어머니 간호하다가 어느 겨울에 훌쩍 떠나버리고 나니 남은건 얼마들지 않던 낡은 적금통장과 텅 빈 집. 상치르고 돌아와 잔뜩 빈 얼굴로

앉아있노라니 금방이라도 김신이 저 문 열고 들어와 안아줄 것 같은데. 바다를 건너 떠났다더니 영영 돌아오지 않을 모양인지. 헌데 약속은 꼭 지키던 너였는데. 나한테...약속했는데. 마른 뺨 위로 눈물 줄기 쉼없이 흘려보내면 기다렸던 얼굴 대신 찾아온 게 그 애. 본능적으로 흠칫하며 일어서면 놀

란 저를 진정시키며 하는 고백을 맥없이 바라 보다가도, 남은건 아무것도 없는 제게 손내민 유일한 구원자라서. 잘할게. 그 한마디 믿어볼 수 밖에 없었음. 그 때 왕여 나이 스물 셋에서 곧 스물 넷으로 넘어가던 겨울. 반년을 만났고 손을 잡고 입을 맞추고 품에 안기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으며 결

혼 대신 혼인신고서에 이름을 적고 거기서 일년을 살았음. 왕여가 숨겨둔 어머니의 통장을 들키기 전까지. 옷장 깊숙히 숨겨둔걸 꺼내보던 눈이 잠시잠깐 빛을 내던걸 깨닫지 못하고. 우리, 서울갈까? 큰 물에서 놀면 이렇게 구질구질하지 않아도 돼. 돈을 내어주고 싶지 않은 왕여의 맘을 읽었는 지

설득하며 두손을 잡아오는 남편을 밀어낼 수 없었음. 배를 타고 나가면 그 일당으로 먹고살지만 그마저도 술때문에 일정치 못한 수입, 결국 왕여가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그물이며 어판장 일이며 배로 받아와야 두 입 겨우 풀칠할 정도. 쉽게 대답을 내어주지 않는 왕여를 조금 짜증스럽게 보며 잡은 손

에 힘을 줘 아픔이 느껴지는 바람에 입이 살짝 벌려질 정도가 됐을때 겨우 고개를 끄덕. 그렇게 서울로 올라오게 됐음. 사실은, 어디로 가서 뭘해도 상관이야 없었고 혹시나 해서... 거기서 기다리면 언젠가는 김신이 돌아오지 않을까.. 이젠 김신이 저를 잊었다는게 더 맞는 얘기겠지만.

Image in tweet by 디딤

조금만 더, 조금 더 완벽한 어른이 되길... 스스로도 설 수 있는 나이가 되면 네 앞에 나타나서 너를 데려가야지. 사랑한다고 말해야지. 굳은 다짐을 하고 유학길에 올랐던 십대의 김신은 어느덧 이십대 중반을 훌쩍 넘겨서 다시 고국의 땅을 밟았음. 얼마나 있으면 돌아오나요? 여권과 간단한 짐을 건

네받던 김신은 저를 배웅하던 비서에게 그렇게 물었음. 할머님과 어머님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시기에 달려있습니다. 더 이상의 대답은 차단하는듯한 답변에 김신은 입을 다물었음. 거기에 대고 왕여를 꺼내놓을 수도 없었음. 하기에 달렸다. 유전자 검사로 재확인 하고 건강검진까지 전부 받고

나서야 김신은 하기에 달렸단 그 말을 알것도 같았음. 확인이 됐고, 투자를 하기로 했으니 그에 응당한 결과를 바란다는. 그리고 그것이 더 좋으면 좋을수록 너를 빨리 만날 수 있겠지, 하는 생각. 열심히 했음. 세네시간 자면서 말 배우고 공부하고 동아리 활동에 봉사에.. 기숙사에서 제일 먼저 불이

켜지고 제일 늦게 꺼지는 것도 김신방. 한국식 교과서 영어가 전부던 김신은 곧 저보다 몇년 유학생활을 해오던 애들을 따라잡고 두각을 나타냈으며 스무살이 되기전 한국에 갈수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었지만 대학도 여기서 다녀야 한단 얘길 들었음. 이젠 김신이 아닌 아버지 성을 딴 유신재로.

한국에 한번만 들어갈 수 없겠냔 요청은 명백하게 거절당했음. 초조해졌음. 지난 몇년간 여에게 보낸 편지가 수십통이었지만 답장은 한 통도 없었음. 휴대전화가 없던 여 이기에 집으로 전활해도 여의 어머니가 저를 알기에 바꿔줄리 만무. 물론 몇번 시도는 했지만. 보고싶어. 어떤 날은 그 네 글자만

적어 보내기도 하고. 김신으로, 다시 유신재로 사는 동안에도 저를 버티게 하는건 하나였음. 견디기 어려운 타국에서의 외로움과 남들 배는 노력해야 견디는 공부량. 코피를 줄줄 쏟으면서도 버티는건 왕여, 돌아가서 변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그 아이 때문에. 대학원까지 전부 마치고 예상했던 것보

다 훨씬 늦게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스스로 움직이지 못했음. 그룹 내의 파격인사 단행으로 해외전략팀 팀장자리에 앉으며 소문만 무성하던 자신의 실체를 드러내게 됐으며, 결국 증명하는건 너 스스로다. 어깨를 두드리는 아버지에게 기대를 져버리게 할순 없었음. 이제와서... 부단히 노력해 다시 왕

여 앞에 서야 했으니까. 너를 구해내고 싶다는 어린마음이 결국 저를 여기까지 오게 했으니까. 조금만 더...조금만. 하던 김신은 자신이 너무 늦어버렸다는걸 깨닫지 못했음. -너 또..내가 니 엄마 돈 갖다 날렸다고, 나 무시했지? -.... 먹고있던 맥주잔에 반쯤 차있던 맥주까지 함께 제게로 날아왔

음. 겉옷을 벗던 왕여가 마저 피하지 못해 잔은 어깨를 맞추고 담겨져있던 술이 옷을 적셨음. 작지 않은 고통에 어깻죽지를 붙들며 얼굴을 찡그리자 이번엔 마른안주가 담겨있던 접시가 발에 취여 뒤집어졌음. 서울로 올라오고 얼마간은 나쁘지 않았음. 어떻게 생긴 돈인지 작은 아파트를 얻었고 중고

차를 굴렸으며 보름에 한번쯤은 현금을 제게 쥐어줬음. 봐봐, 난 큰물에서 놀아야 한다니까? 어깨를 으쓱이며 자신의 앞치마 주머니에 꽂힌 현금다발을 조금 멍하니 봤었음. 분명 단기간에 만질 돈이 아녀서 조금 불안했는데 왕여는 별말을 묻지 못했음. 남편은 그런 얘길 시시콜콜 따지면 분명 화를

낼거고 그럼 불편해질테니까. 그냥 고맙다고 고갤 끄덕였음. 남편이 키스를 했고 오랜만에 그의 손이 셔츠 안쪽을 만지기 시작했음. 결혼하고 이년이 넘었는데도 아이는 아직 없었고 왕여는 남편과 몸을 섞는 것이 꼭 어릴적 엄마에게 혼나거나 주사를 맞기 직전처럼 긴장이 됐음. 기분좋게 해줄게. 그

말은 한번도 들어맞았던 적이 없었음. 어때? 안쪽으로 살덩일 들이밀며 제 입술을 씹어대는 통에 눈을 꾹 감고 고개만 끄덕였음. 좋으면 소리내도 돼. 만족한듯 쳐올리는 움직임에 억지로 소리를 내질렀음. 근데 그럴때면 그 비명과도 같은 신음 끝에 꼭 김신이라는 이름이 나올 것 같았음. 사랑까진

아니지만..왕여는 미안함에 시달려야 했고. 그러나 그 평온함도 얼마가진 못했음. 남편은, 불법도박판에 어쩌다 끼어들게 된건데 처음에야 발붙이게 하려고 부러 몇백 몇천씩 내주다가 결국은 가진돈 전부를 다 털어가는 일명 '꾼'들이었음. 남편이 가진돈이 그리 많지 않단걸 알고나니 남들보다 배는

빠르게 다시 판돈을 빼앗아갔음. 집이며 차, 은행에서 대출받았던 돈에 지하금융권에서 빌린 돈까지.. 결국 몇배로 털려 더 이상 잃을것도 없는 상태가 되서야 타의로 손을 떼어낼 수 밖에 없었고. -무시하냐고. 어? -..아냐. 그런거. 그 다음부턴 술에 빠져서 아무것도 하지않고 집에만 틀어박혀서.

어딘가 부족했지만 그럴싸하게 좋은 남편인 척 하던 그는 온데간데 없고. -아니긴 뭐가 아냐? 이 씨이발...너 또 그 새끼 생각하지? 틈만나면 욕설에, 언제부턴가는 끄집어내 자신과 비교하기 시작한 김신까지. 어느 순간 진창이 된 삶이 버겹게 느껴지기 시작했을까. -그런거 정말 아냐. 하며 어질러

진 바닥을 치우겠지. 진작 정리한 아파트 대신에 빛도 희망도 저 반틈 창문으로 힘겹게 들이차는 반지하 단칸방으로. 서울 오며 운 좋게 구해 다니던 작은 사무보조 사무실은 돈이 안되니까. 이자 갚기도 벅차 그거 정리한지 오래. 아침부터 저녁까지 편의점에 고깃집 불판 닦는 알바, 가끔 호프집 새

벽 마감 설거지 알바까지 하고나면 씻지도 못하고 잠들기 일쑤였는데. 간만에 집에 일찍 온 날에 불이 켜져 있으면 덜컥 겁이 들었음. 오늘처럼. 아니나 다를까.. 잔뜩 취해서는. -오오...서방님이 요즘 소홀했지? 갑자기 무릎을 탁 치더니 엎드려 바닥을 걸레질 하는 왕여의 발목을 잡아 주욱 끌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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