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lished: February 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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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고 그 후의 시간은 회사일을 가져 온 김신의 서재에 떨어져 앉아 책을 읽는다거나 아니면 같이 김신이 고른 영화를 본다거나. 전혀 취향이 아닐 게 분명한 온갖 애니메이션들에 눈을 반짝이던건 언제나 왕여였음. 볼 한 가득 튀겨낸 팝콘을 쥐고서 브라운관으로 꽂힌 눈이 반짝일 때 마다 김신이 그

옆모습을 얼마나 맘놓고 봤던 지. 이제 겨우 쥐려했는데, 그랬다간 부서져 버릴수도 있을 것만 같은 왕여라서. -무슨 얘기 하는 지 모르겠는데. 김신은 들었던 숟가락을 다시 내려 놓으면서 옆에 놓여있던 물을 한 모금 가벼이 마셨음. -집에. -무슨 집. -신아. -예정일, 몇 달은 더 남은 거 아니었나.

순간 입맛이 사라져서 김신은 반도 손대지 않은 식기들을 조금 밀어내고 왕여를 봤음. 어쩐지 요 며칠과 달리 식사 내내 굼뜬 움직임이 거슬린다 느꼈기에. -너무 오래... 너한테 폐를 끼쳤잖아. -아니니까,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아니 내가... -...... ...내가 미안해서... 그래서.

그 말에 기가차다는 듯 김신은 작게 코웃음 쳤음. -내가 무슨 대답하려는 지 알지. -신아... -밥 다 먹어, 다 먹으면 외출할까? -...... -바깥바람도 좀 쐬고 해야 컨디션이 더 나아질 거 같은데. -나 갈래. -..... -가고 싶어. 그 말에 의자소리 요란하게 끌면서 일어난 김신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어

있을 거라는 건, 내리깐 시선을 하고 있는 왕여는 이미 알 거 같았음. 꽤 따뜻하고 괜찮았던 분위기가 냉랭해진 건 이미 감각이 양껏 예민해진 왕여는 당연히 느끼고 있었으니. -어딜 가고 싶은 건데? -...집. -아... 집? 그 자식.. 아니, 네 남편이란 작자가 보증금까지 빼 써서 날린 그 집 말이지?

왕여는 그 말에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음. 새하얗게 변해서 떨리는 눈으로 제게 재촉하는 얼굴에, 김신은 그래선 안됐지만 피식 웃으면서 왕여에게로 못된 말들을 쏟아냈음. -혹시 모르지, 어디가서 콩팥이라도 걸고 놀음판을 전전할 지, 아니면 이미 떼였는 지. -...... -버릴 수 있을 때 버려.

김신에 입에서 나오는 차가운 말에 왕여는 망연자실 했음. 어쩌면 예견된 결과일지도 몰랐음. 나아지지도 않을 썩은 자루를 쥔 채로 어떻게든 살아보려 애썼던 건 저였으니. 아이만 아니었다면... 아니, 아이가 있으니 더 애쓰지 않고 놓아버렸어야 했을까. 그보다도 더 비참한 건 이런 모습을 보여줘

야 하는 상대가 김신이라는 것과, 늘 제 기억속에서 다정했던... 단 한 번도 제게 화를 낸 적도 없던... 자신에게만은 완전무결했던 김신의 변한 모습도. 모두가 잘못된 건 저라는 불행의 씨앗에서 틔인 것만 같아. -...그래도.. 여기는 아니야. -...뭐? -너무 고맙고... 내가 뭐라고 할 말이 없어.

-왕여. -그러니까... 보내줘 신아. -..... -이보다 더한 상황이 온대도, 그건 내 몫이니까 내가 알아서 할...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식탁을 돌아 왕여의 곁으로 온 김신이 왕여의 손을 잡아 일으켰음. 놀란 것도 잠시, 끄는 힘에 이끌려 방까지 정신없이 걸어 갔을 때 방 한 가운데 자신을 세워두고 불

도 켜지 않은 채로 마주선 김신의 얼굴이 저를 봤음. -네가 나간다고 해서 보낼 거 같았으면 처음부터 여기 오지도 않았어. -...신아... -... 내일부턴, 여기서 밥 먹어. -김신... -당분간은 나오지 마... 한 발자국도. 내 허락 없이. 조금 고압적인 목소리에 왕여가 무어라 대꾸하기도 전에 돌아나간

김신에 의해 문이 닫혔음. 문이 잠기는 소리에 허망한 얼굴을 한 채로. 문 건너에 기댄 김신은 두 손으로 거칠게 마른세수를 하며 작게 욕을 짓이겼음. 나를 이렇게 만든 건 너야. 김신은 끊임없이 자신을 정당화 했음. 내 사랑은 그대론데, 네 사랑이 변했잖아.. 그 몇 년을 못 기다려서..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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