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역 아버지랑 유기연 엄마,, 지인의 소개로 만남 이어가다가 재혼하심. 그래서 서른 살 이민역 생각지도 못한,, 나이 차이 많이 나는 동생 생긴다. 그게 유기연...으로 시작하는 짭근친 댕햄 보고싶 #댕햄
유기연은 진작에 엄마가 아저씨 소개해 줘서 엄마 재혼 소식에 그렇게 놀라지는 않는다. 아저씨 자주 만나서 되게 익숙하니까 뭐, 그래 알겠어. 이 정도. 이민역은,, 제 아버지 여자친구 있는 거야 알았지만 보지도 못했고 솔직히 관심도 없다.
이민역은 서른이고 먹을 만큼 먹었고 거의 손에서 떠난 자식이라. 뭐,, 재혼할 거고 뭐 언제 한번 밥이나 같이 먹게 시간 빼라는 말에 알겠다고만 할 거 같음. 제일 바쁜 게 이민역이라... 이민역 시간 맞춰서 다 같이 한번 만났음. 본인 시간 맞춘 건데 본인이 제일 늦어.
슬라이드 도어 열고 들어가면서 오래 기다리셨어요? 하면 아니라며 밝게 맞아주는 여자와, 어린 애... 지 아버지 맞은편에 있는 여자는 그렇다 치고. 여자 옆에 앉은 예고 교복 입은 남자애는 조금 당황스러운 거임 아들 있다고는 말을 못 들어서.
식사 자리는 애가 있어서 그런지 딱딱한 얘기는 오가지 않았음. 그냥 이런저런 일상 얘기 오가는데 이민역은 그게 불편해 죽겠는 거임. 뭐 하자고 모인 자리인데, 이게? 회사에 밀린 일 생각도 좀 나고. 이 자리가 그걸 포기하고 나왔어야 할 만큼 가치가 있나. 그런 거 같지도 않고.
반면에 유기연은 익숙하게 자기 학교에서 있었던 일 얘기하고 이민역 아빠는 그랬냐면서 그거 다 받아주고 그래. 옆에서 말없이 밥만 먹던 이민역은 웃긴 거야,, 뭐 가족 뺏겻다 그런 생각은 안 드는데 그래도 이런 건 미리 말해주면 좋지 않나? 이런 생각은 드는 거.
유기연 식당 나갈 때 아무도 모르게 이민역 옷자락 잡고 이민역 올려다보면서 그런다. "저 형 생겨서 너무 좋아요." 근데 거기서 뭐라 하냐고 걍... "어 나도." 이러고 말았어.
유기연은 그래... 사실 아빠에 대한 기억이 없다. 아주 오래전에 이혼하셔서 연락도 안 한다는 얘기만 엄마한테 들었음. 그렇구나. 유기연은 그 뒤로 아빠 얘기를 엄마한테 물어본 적이 없다. 명절에 외가쪽 큰집에 내려가면 아빠가 바람을 피웠니 술 마시고 망나니 짓을 했다니 하는
얘기들을 방 한켠에 앉아 몰래 들었을 뿐. 그래서 유기연은 되게 외로웠단 말임. 아빠가 없었으니 아빠가 있는 삶은 상상도 안 된다. 엄마가 본인 사랑해 주지만 엄마는 일한다고 바빠서 잘 마주치지도 못해. 유기연 음악 시작하고부터는 더 그랬다. 유기연도 학원 간다고 늦게 집에 들어오니까.
엄마랑 대화하는 것도 하루에 한 번. 그것도 전화로만. 주말 내내 엄마랑 붙어있고 그러지만 그래도... 그래서 유기연은 엄마 재혼 소식이 좋았음. 티 나게 방방거리지는 못해도 속으로는 아 드디어.. 같은 생각을 하곤 했단 말이야. 유기연은 정말, 자신에게 생긴 새로운 가족이 소중하고 또 소중하고
시간 흘러 흘러 유기연네 집 정리하고 이민역 집으로 들어오게 된다. 근데 문제가 생김. 이민역 집으로 들어오면서 유기연 학교 너무 멀어진 거. 애를 뭐 전학을 해야겠다느니 애가 예고니까 인문계로 쉽게 전학 가능하지 않겠냐느니 그런 얘기 나오는데 유기연은 전학 가기 싫다고...
그렇게 외로움 타서 가족 생겼으면 좋겠다 하던 애가 차라리 나가서 살게요 이런다. 부모님 이건 또 반대함. 당연하지... 이제 막 재혼했는데 애를 내보내기에는 좀,, 부모님 양심도 있고 애가 너무 어리고. 그리고 기연이가 새로운 가족에 적응해 주면 좋겠어서도 있고,,
유기연 생전 안 그랬는데 전학 얘기 나오니까 고집 엄청 부려서 유기연 엄마도 좀 당황해. "기연아 그럼 어떡할 거야." 애 혼내려고 그러는데 유기연 막 눈물 퐁퐁 쏟으면서 자기 인문계 가면 음악 제대로 못한다고 차라리 학교 2시간씩 걸려서 가겠다고 그러는 거임.
유기연 정말 미치도록 외로울 때 의지했던 거 음악이라 음악은 정말 포기가 안 되는 거. 그리고 이민역은 퇴근해서 애 울기 시작할 때 집 들어왔다.. IT 계열 스타트업,, 대표,, 그런거.. 여하튼,, 오늘 아버지 여자친구분이 집으로 들어온다고도 했고,
이민역 아버지가 은근하게 집 자주 들어오라 압박해서 집으로 퇴근을 하긴 했는데... 애는 울지 유기연 엄마는 애한테 뭐라 하고 있지 이민역 아빠는 당황해서 말도 못 하고 있지... 시발 이게 무슨 상황이야,,, 다녀왔습니다 인사하고 방으로 들어갈랬는데
유기연 엉엉 울면서 차라리 나가서 살래요 저 음악 안 하면 못 살아요 이러고 있다. 아, 시발. 그냥 방으로 들어가면 안 될 거 같은 거야. 이민역 결국 넥타이 풀면서 소파에 앉는다. "무슨 일인데요." 다짜고짜 그렇게 물으면 유기연 이민역 보더니 갑자기 그러는 거.
"형이 나 학교 데려다주면 안 돼?"
유기연 엄마는 깜짝 놀라서 형은 바빠서 안 된다고 해. "학원도 많이 보내줄게. 너 전에 가고 싶었다던 곳 가자. 응? 엄마가 학교에 얘기해 줄게." 별별 말을 다 하지. 근데 유기연 그거 하나도 안 들리는지 대답도 안 함. 이민역은 뭐.. 상황 안 들어도 감이 잡히지.
유기연은... 마음 잡힌 거 같고. 아버지는 옆에서 이민역 툭 치고 유기연 엄마는 한숨 푹푹 쉬고... 그냥 여기서 자기가 유기연 학교에 내려주고 학원에서 픽업해온다고 하는 게 제일 올바른 답같애. 그냥 좋은 아들 한 번 하자 싶어.
이민역 소파에 더 깊숙이 기대면서 학교가 어딘데요. 하고 물어옴. 유기연 고개 푹 숙이고 눈물 쓱쓱 닦더니 자기한테 물어본 것도 아닌데 자기가 대답함. "나 한빛 예고..." 한빛 예고면 이민역 회사 반대편이야. 이게 또 이렇게 되네. 애 학교랑 회사가 그렇게 먼 건 아닌데 까다롭긴 하잖아.
이민역 입 다물고 있는데 유기연 엄마가 민역아 안 그래도 된다 기연이 문제는 어른들이 해결할게 그래도 말해줘서 고맙다 이런다. 자기 엄마 말에 유기연 또 눈에서 눈물이 그렁그렁해. 예고가 뭐라고 이러는 거야 싶은 거지 이민역은,, 뭐 여친이라도 있나 싶고.
"아니에요. 그냥 기연이 제가 학교 데려다주고, 저 퇴근할 때 같이 들어올게요."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 이민역이 바로 답 내려주니까 유기연 너무 좋아함. 이민역 아버지도 그래. 니가 고생 좀 해라. 이러고 말아.
유기연 엄마는 답이 안 내려지던 상황 해결되어서 좋긴 한데 이민역이 해결해 준 거라 솔직히 찝찝해한다. "그래도 괜찮아? 민역이 너 바쁜데 우리가 너무 고생시키는 거 아닐까 모르겠네..." "괜찮아요." 상황 종결된 마당에 이민역이 뭐라 그러냐고. 이민역 아버지는 슬금슬금 자리 뜨고 있고,
유기연 엄마는 이민역한테 애 등교 시간, 학원 마치는 시간 가르쳐주지. 이민역 출근시간 9시인데 유기연 등교 시간도 9시잖아. 애를 존나 일찍 학교에 떨궈놓고 출근해야겠다 싶어. 사실 이민역 불편하기 짝이 없는 새로운 가족들 마주치고 싶지 않아서 따로 나가서 살 생각했었다.
안 그래도 집 잘 들어가지도 않는데 가끔 들어갈 때마다 남의 집 들어가는 기분일 것 같아서. 근데 새로 생긴 동생 때문에 그런 거 다 망했지. 나가겠다고 하면 그럼 나는? 이러면서 울 것 같잖아.
이제 19살 다 지나갔고, 20살 되면 자기 알아서 할 거 다 하고... 하반기인데 그거 몇 개월 정도야 참아주자 싶기도 하고... 넥타이 손에 둘둘 두르면서 방 들어가려고 문고리 잡으면 이민역 손 붙잡는 유기연 있다. 눈가 벌겋게 짓물러서는...
"형 고마워..."
아, 시발. 애가 훌쩍거리면서 고맙다고 하는데 순간 열이 확 받는 거. 일부러 이랬나? 이런 생각도 들어. 고작 19살인데 영악하게 군다 싶지. 이민역 제 손 잡고 있는 유기연 털어내곤 방문 쾅 닫고 들어간다.
유기연은 형한테 너무 고마운데 형 기분 안 좋아 보여서 형한테 너무 미안하고 그래. 사실 유기연도 이민역한테 데려다 달라고 한 거, 이민역 보이길래 홧김에 얘기한 거다. 얘는 진짜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정말로... 이민역 입에서 데려다준다는 말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거절할 줄 알았음. 아저씨한테 듣기로는 너무 바빠서 집에도 잘 안 들어온다고, 그래서 이민역 때문에 불편할 일은 크게 없을 거라고 했어서.
유기연 엄마가 말한 대로 아침 일찍 일어나서 준비하고 소파에 앉아있어. 형도 9시 출근이고 늦어도 여기서 8시에는 나가야 되지 않겠냐는 잔소리도 들었고, 형이 몇 시에 나올지 모르니까 무작정 일찍 나와서 기다리는 거.
안 그래도 기분 나빠 보였는데 자기가 늦어서 형 더 기분 나쁘게 하고 싶지가 않은 거야. 7시 40분쯤에 이민역 자켓들고 나오는데 소파에 샛노란 교복 입고 앉아있는 유기연 보고 놀란다. 이민혁 한 마디도 안 하고 집 나서는데 유기연은 뭐가 좋은지 헤헤 웃으면서 따라오는 거임.
이민역 뒤 졸졸 따라가면서 자꾸 웃어. 그리고 너무 자연스럽게 조수석 탑승함. 이민역 이제는 화나는 거보다 유기연 골 때리는 거야. 유기연 천성이 이런가 싶고. 자기 신세 어쩌다 이렇게 됐나 싶기도 하고.
이민역 운전하면 아무것도 안 듣는데 차 출발하자마자 유기연 바로 노래 틀어도 되냐고 물어온다. 생각해 보니 말 놓으라고 한 적도 없는데 유기연 이민역한테 반말부터 하지. 이민역 앞만 보면서 어. 딱 한마디 하고 말아. 유기연 기다렸다는 듯이 블루투스 연결하고 노래 틀잖아.
여자 아이돌 노래라도 나오나 싶은데 의외로 재즈랑 뉴에이지 흘러나옴. 옆에서는 노래 흥얼거리고 있고... 음악 한다고만 들었지 정확하게 뭐 하는지는 모르고. 몰라도 뭐, 상관있나?
그렇게 학교 데려다주고 학원에서 픽업해오고 그런 거 이민역이 계속했는데, 어느날은 이민역도 너무 피곤한 거임. 안 그래도 회사는 스타트업이고 새로운 프로젝트 들어가서 바쁘기도 더럽게 바빠. 평소 같으면 회사에서 자고 그러면 되는데 지금은 애가 있으니까 그럴 수가 없잖아.
회사에서 자도 유기연 학교 갈 시간 맞춰서 집 가고 그랬었음. 유기연 학교 내려다 주고 다시 회사 가고, 회사에서 일하다가도 유기연 학원 마칠 시간 되면 데리러 가. 집에 유기연 내려다 주고 자기는 다시 또 회사 가고.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어. 좋은 아들인 척하는 거도 힘들지.
그래도 은근하게 의지하는 아버지랑 자기가 영 불편해 보이는 새엄마, 아무 생각도 없어 보이는 고집 센 동생... 이런 게 한 번에 몰려드니까 자기 혼자 이러고 말자 하는데 너무 피곤한 거. 그래서 오늘은 기연이한테 못 간다고 말을 해야 되는데 기연이 번호를 모르는 거야.
한 달 넘게 데려다주고 한 거 같은데 번호를 모르고... 회의 멈추고 애 데리러 갈 수도 없고. 직원들 다 너무 피곤해하니까 회의는 잠깐 멈춘다. 이민역 바로 아버지한테 문자해. 기연이 번호 좀 알려주세요. 하고 문자 보내면 기연이 번호 바로 오잖아. 그 번호 유기연으로 저장하고 바로 문자함.
이민역인데, 오늘 못 가 혼자 갈 수 있어? 쓰고 보내기 전에 애가 몇 번 버스를 타야 되더라 생각하게 되는 거. 뭔 씹,, 열아홉 살짜리를 뭘 이렇게 걱정하고 있고. 그래도 이민역 혼자 갈 수 있어? 지우고 이민역인데, 학원 마치면 전화해. 이거만 보냄.
유기연 혼자 연습하고 있다가 폰 울려서 본다. 형이 이렇게 연락한 적 처음이라 형 무슨 일 있나 싶기도 하고. 최근에 형 너무 바빠 보였잖아. 나 학원 마쳤어. 보내면 이민역한테서 바로 전화 옴. "기연아." 전화라서 보이지도 않을 텐데 유기연 고개 꾸닥꾸닥하고 있음.
"형이 오늘 데리러 못 가거든." "응." "어떡할래. 혼자 갈 수 있어, 너?" 대답 없는 유기연에 이민역 머리 한번 쓸어넘긴다. 요즘 길 찾기 잘 나와서 걱정 없다 하지만 시간도 시간이고 무엇보다 유기연 엄마가 흘리듯 얘기한 게 신경 쓰이긴 함.
기연이가 버스 타고 집 오다가 졸아서 밤늦게 버스 종점 가서 애 데려온 적이 많은데 민역이가 픽업해 줘서 너무 다행이라고. 열아홉. 얼마나 어린 거지. 이민역은 가늠이 안 되는 거야. 어디까지 해줘야 하는지 그런 것들이. 그냥 지 눈에는 너무 어리니까.
손가락으로 책상 툭툭 치던 이민역 결국 타협하는 거. 그게 뭐냐면 집보다는 가까운 자기 회사로 불러서 거기서 둘이 같이 집에 가는 거. 그렇게 하는 걸로. "학원 앞에 버스정류장 있지." "응." "거기서 46번 타면 형 회사 앞에서 내리거든." "46번?"
"어, 너 어차피 집에 늦게 들어가도 상관없잖아." "움... 버스 내리면 전화할게." 좀 얼떨떨해서, 유기연 끊어진 전화에 폰 화면만 멍하니 보고 있음. 집에 혼자 가도 되는데. 그러면서도 유기연 연습실에 펼쳐진 자기 짐 거의 쓸어 담듯이 하고는 학원 나간다.
이민역 회사는 유기연 학원에서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음. 밤이라 버스가 쌩쌩 달려서 그런 건지, 아니면 유기연의 마음이 들뜬 건지 아니면 정말 물리적으로 거리가 짧은 건지. 유기연은 어차피 그런 건 다 모르겠지만.
유기연 버스 내려서 이민역한테 전화하려는데 저 멀리서 이민역 전화하면서 담배 피우고 있는 거 보이잖아. 유기연 이민역 쪽으로 걸어가는데 가까이 가면 갈수록 이민역 너무 빡쳐보이는 거임. 형 저런 모습 처음 봐...
유기연이 보던 이민역 항상 깔끔하고 정중한 그런 모습이었고, 되게 무던해 보였잖아. 부모님한테도 그랬었고, 이민역은 유기연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어른의 모습이었거든. 머리도 잔뜩 흐트러지고 옷도 평소에 보던 것들도 아니라서 형이 조금은 낯설지.
더 가까이 다가가면 이민역 유기연 기척 느꼈는지 슬쩍 쳐다보곤 담배 끈다. 전화 귀에서 살짝 떼곤 유기연 쳐다보면서 입모양으로 그러는 거야. 기다려. 유기연 또 고개 꾸닥꾸닥. 이민역 통화 끝날 때까지 자기 손톱이나 보고 있다.
이민역 따라 엘베 타는데 그렇게 어색할 수가 없는 거야. 한 발짝 물러서서 이민역 뒤 졸졸 따라서 회사 들어간다. 인테리어가 어떻고 회사 분위기가 어떻고 그런 거는 하나도 모르겠고 유기연 바닥 아니면 이민역 등에 시선 고정하고 걷잖아.
이민역 좀 걷다가 대뜸 어디 문을 열어. 그럼 직원들 피곤한 표정으로 모여있지. "10분 후에 회의할게요." 유기연 이민역 뒤에만 있다가 직원들 궁금해서 빼꼼 고개만 내미는데 그 순간에 직원들이랑 바로 눈 마주치지. 놀래서 다시 이민역 등 뒤로 숨는데 직원들은 난리가 났잖아.
"누구예요?? 와, 완전 애." "몰라도 돼." 이민역 문 닫으면서 그러면 안에서 대표님 가차없다고 하는 소리 들리잖아. 유기연은 풀 죽었고. 이민역 대표실 들어가서 문 닫으면 유기연 대뜸 그러지. "왜..?" "뭐를." "왜 몰라도 돼?" 표정을 못 숨겨서 서운한 거 다 보이잖아.
이민역 그런 거 다 보고 있으면서도 애한테 져주는 거 없지. 그냥 애 기분 풀라고 좋게 말해줘도 되는 건데 그럴 필요도 이유도 없으니까 애 기분이 어떻든 신경도 안 쓰잖아. "말할 필요가 있나? 여기서 기다려."
애 집에 혼자 보내는 건 그렇게 걱정했으면서 막상 눈앞에 있는 애 달래주는 건 나 몰라라 하는 거. "응..." 대표실에 유기연 혼자 두고 나온 이민역, 회의실 들어가기 전에 대표실 한 번 힐끔 본다. 자기도 웃기잖아. 이럴 거면 달래주던가. 그러지도 않을 거면서 또, 시발.
유기연 혼자 덩그러니 낯선 곳에 남겨졌잖아. 자기가 괜히 여기서 노래라도 틀면 일하는 사람들 방해될 것 같아서 그러지도 못해. 자기 가방 지퍼 여는 소리가 너무 커서 그거에도 화들짝 놀라고. 유기연 이럴 거면 혼자 집 간다고 할 걸 후회 조금 한다.
사실 집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면서 이민역에 대한 작은 오기 이런 거야. 그래도 형은 아무렇지도 않겠지? 유기연은 지금 이민역한테 서운한 게 제일 커. 동생이라고 해주면 안 되나. 난 형이라고 친구들한테 다 얘기했는데. 여기 혼자 두고 간 것도 서운해.
일하는 거고... 그런 거 다 알지만 한 번 터진 건 모든 걸 다 서운하게 만들지. 형이랑 조금은 친해진 줄 알았는데 내 착각인가 봐...
이민역 회의 끝내고 직원들 퇴근 시키고 대표실 들어오면, 유기연 소파에 앉아서 불편하게 자는 거나 보인다. 애 자는데 깨우기도 그렇고 시간이 엄청 늦은 것도 아니라 그런 유기연 내버려 두고 이민역은 또 일하기 시작하지.
유기연 엄청 깊게 잠든 것도 아니었고 자면서도 회사라는 생각이 드니 눈이 확 뜨이는 거. 파드득 일어나서 주위 둘러보면 이민역 일하고 있는 거 눈에 보이지. 아, 형 있구나. 잠 덜 깨서 멍하니 앉아있는데 이민역 자리 정리하고 가방 들고 일어나잖아.
가자는 말 한마디도 안 하고 유기연 나올 때까지 대표실 문이나 잡아주고 있어. 유기연 가방 들고 허겁지겁 대표실 나간다. 사무실 불 다 꺼져있고 사람은 아무도 없는 거 보고 이민역이 자기 기다렸나? 싶은 거야. 유기연 언제 기죽었냐는 듯이 이민역 올려다보지.
"형 왜 나 안 깨웠어?" "잘 자길래." 이 한 마디로 이민역한테 서운한 거 다 날아갔잖아. 동생이라고 소개 안 한 것도 회사 대표니까, 이러고 말아. 기분 좋아진 유기연은 이민역 차 타자마자 자기 폰이랑 블루투스 연결되어 있는 거 확인하고는 노래 튼다.
이민역 차에서는 여전히 재즈가 흐르고, 조수석은 항상 누군가 앉아있고. 유기연은 익숙하지만 이민역한테는 이게 낯설다는 거.


